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이재원 옮김, 이후, 2004.

“어떤 이미지들을 통해서 타인이 겪고 있는 고통에 상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특권을 부당하게 향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일련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 준다. (…)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보여주는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도 증명해 주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연민은 어느 정도 뻔뻔한 (그렇지 않다면 부적절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이재원 옮김, 이후, 2004. 154쪽.

 

“이 세상에 온갖 악행이 존재하고 있다는 데 매번 놀라는 사람, 인간이 얼마나 섬뜩한 방식으로 타인에게 잔인한 해코지를 손수 저지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를 볼 때마다 끊임없이 환멸을 느끼는 사람은 도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인물이다. 나이가 얼마나 됐는지 간에, 무릇 사람이라면 이럴 정도로 무지할 뿐만 아니라 세상만사를 망각할 만큼 순수하고 천박해질 수 있을 권리가 전혀 없다.” —위의 책, 167쪽.

 

“[그들이 말해준다 해도] ‘우리’, 즉 그들이 겪어 왔던 일들을 전혀 겪어본 적이 없는 ‘우리’ 모두는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알아듣지 못한다. 정말이지 우리는 그들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이해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다.” 184쪽.

커뮤니케이션의 이해ㅡ황인찬, <서정>

“저 나무 좀 봐”거대한 나무를 가리키며 그 애가 말했다그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였다 무수히 뻗어 나온 가지와 잎들이 일대를 완전한 어둠으로 뒤덮고 있었다 어디서 솟아난 것일까 저렇게 큰 나무는 본 적이 없다 그 애의 팔이 자꾸 내 몸에 닿는 것이 신경 쓰인다팔월의 열기도 나무의 어둠 아래로는 미치지 않았다“이곳은 누가 선이라도 그어 놓은 것처럼캄캄... » 내용보기

용서와 화해에 대하여

"용서될 수 없는 행동들이 많이 있다.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나치를 용서하겠다고 주제넘게 나설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유대인 민족을 대표해 이스라엘이 그런 선언을 한다 하더라도 속임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을 것이며, 그 속임수의 의도는 혐오스러울 것이다. 홀로코스트는 인류가 언젠가 기억에서 지워야 할 사건이 아... » 내용보기

12월의 색 (심보선, <오늘 나는>)

오늘 나는 흔들리는 깃털처럼 목적이 없다오늘 나는 이미 사라진 것들 뒤에 숨어 있다태양이 오전의 다감함을 잃고노을의 적자색 위엄 속에서 눈을 부릅뜬다달이 저녁의 지위를 머리에 눌러 쓰면 어느행인의 애절한 표정으로부터 밤이 곧 시작될 것이다내가 무관심했던 새들의 검은 주검이마에 하나 둘 그어지는 잿빛 선분들이웃의 늦은 망치질 소리그 밖의 이러저런 것들규칙... » 내용보기

<제국의 위안부> 문제#2

1.얼마 전 박유하 선생이 명예훼손으로 기소되었다(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51119120118013). 상당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정대협과 나눔의 집이 관계한 문제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것이 과연 ‘법적 처벌’을 해서 입을 막아버리는... » 내용보기